영감기록(靈感記錄)/Review

깊은바다, 치를 떨던 외로운 시간을 잊게해줘.

삼동쓰 2014. 3. 10. 02:45

사랑을 잃고, 시간속에 넘쳐흐르던 활기를 잊은채 살아가는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 


' HER ' (2013)


관계와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섞여 살아가는 주인공은 사랑을 원한다. 다른사람과 크게 다르지않았던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을 기억하는 남자. 그는 또 다른 세상으로의 시선을 돌려놓기 위해 디바이스 프로그램을 구입한다.





사랑이 넘치고 마주치던 모습이 아니라 무언가를 아스라이, 미련하게 바라보는 남자의 눈빛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것을 원하는위대한 사랑앞에 초라해진 자신을 보는것인지.. 무엇을 보는 것일까. 포스터를 보고 있으면 그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내 자신도 볼 수 있다.살아 가는 데 있어서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를 알게 해주는 눈빛이라고 하는게 더 알맞겠다. 사랑한다 속삭이던 사랑하던 사람에게서의 이별시간은 얼마나 괴로운 시간들인지 주인공의 행동, 환경의 연출에서 너무나도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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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재주로 아름다움을 써내려갈 수 있는 주인공은 상상의 나래를 손편지에 내려놓는다. 그 감수성은 현실에서 아주 높은 평가를 받는 동시에 현실과는 멀어지는 자신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자신을 감싸버리는 근원이 된다. 불행하다고 할 수 없는 행복할 수 밖에 없을 현재의 생활을 이겨내기위해 그는 그 운영체제에 더욱 더 의지하며 시간을 공유한다. 힘겹게 끝내지 못하던 실패도, 성공도 아닌 결혼생활에서 무겁게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던 시간을 잊고 싶어하는 모습을 되새기는 남자에게 운영체제는 공감과 이해, 배려와 사랑을 시도한다. 프로그램 된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켠에 두면서도 사랑스럽게 웃으며 울먹이는 목소리만으로도 그녀에게 사로잡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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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굉장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영화속 배경과 환경에 대한 것인데. 실시간 네트워크 망에 접속하려면 현재는 무료와이파이 또는 개인 포터블 에그를 통한 와이브로 접속이 있어야만 하는데.. 귀에 이어폰 하나 꽂는 것으로 망에 접속하여 개인 음악과 이메일을 체크하고, 뉴스를 청취하며 각종 정보를 받아 들이는 발전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인간은 현재와 크게 별 다를 것 없는 모습으로 편리한 삶을 누려가며 살지만 정보의 바다가 넓고 깊게 펼쳐진 것이라 사람간의 우정과 사랑, 믿음과 신뢰 등의 기본적이고 고등정보들의 교류를 직접적으로 얻어 내기는 힘겨워 보였다. 특별히 다큐를 제작하고 편집하는 친구의 영상을 보면서도.. 이해하려는 모습보다는 천편일률적인 단순한 질문을 해대는 모습에서 그런 삶의 정체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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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궁금해지는것은.. 아무리 감수성이 뛰어나고, 공상과 호기심이 많은 가운데 실망한 결혼생활에 대해 자괴감을 갖고 지독한 외로움에 갇혀 살아가는 주인공이라는 설정이라도.. 그럴수도 있다곤 하지만 한 운영체제와의 사랑이 가능할까에 대한 의문이 고개를 든다. 감정이입을 통해 이미지 메이킹을 해보아도... 실제 내 옆에있다는 착각이 들정도로 실시간 정보를 주고받고 이해하고 질문하는 시스템에 사랑이라는 감정이 들 수가 있을까. 



극중에 주인공이 운영체제와의 상담과 이야기를 통해 친구가 알려준 소개팅 자리에 나가서 한 여인을 만난다. 이 장면에서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어색함 이었다. 도대체 사람과 사람간에 자연스럽지 못한 칭찬과 주고받는 말의 가벼움들속에서 일상을 보내왔던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순간의 어색한 감정은 우리가 실제로도 겪고 있는 어색한 감정보다도 훨씬 '어렵게만' 느껴지는 어색함 이었다. 마치, 내가 이사람을 만나는 이 순간 자제를 거부하는 것만 같은 무거운 숨막힘이라고 해야할까.. 어색함에 대해 서로가 노력하는 모습과 지금 이 시간만큼은 서로만을 생각하고 싶어하는 긴장감. 지나치게 거부해오고 뒤틀려 왔던 사람간의 관계를 어떻게든 풀고 받아들이려는 사람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장면은 결코 아쉬운 마음이나 안타까움이 들기보다, 오히려 슬퍼지기만 했던 한마디. " 당신도 다른 남자들과 같은가요?"



절망적이기 까지한 분위기를 이끌어낸 영화의 연출은 절대 실패라고 할 수 없다. 끝까지 영화를 지켜보게 만들어냈으니까. 

한올 한올의 장면들에서 읽을 수 있는 수 많은 감정들을 관객에게 모조리 투하시켰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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