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명자원의 관리를 위한 새로운 솔루션이 될 수 있을까?
지난 2003년 캐나다의 진화생물학자인 폴 허버트(Paul Hebert)는 생물을 모양과 특성이 아닌 DNA 바코드로 구별하자고 제안하였다. 이어, 2005년에는 동물과 식물, 진균류를 포함한 지구상의 생명자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생물다양성을 목표로 ‘국제 생물DNA바코드컨소시엄(CBOL, Consortium for the Barcode of Life)’이 출범하게 되었다. 현재 전 세계 50개국 200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는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방대한 생물 데이터들이 축적되고 있으며, 이러한 생물 데이터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이게 될 것이다.
한편, DNA 바코드 기술의 폭넓은 응용을 위해 DNA 바코드를 사용하고 분석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나노 DNA 바코드 시스템'이 있는데, DNA 바코드가 나노(10-9) 단위의 DNA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착안해, DNA 바코드를 나노 입자에 넣어 대상에 스프레이로 뿌리는 형태로 부착하는 것이다. (이 바코드는 사람이 먹어도 인체에 무해하며 특수 제작한 나노 입자에 넣어 열이나 효소, 미생물 같은 외부 공격에도 파괴되지 않아 반영구적으로 보존이 가능하고 복제나 조작이 불가능하다.)
나노 DNA 바코드 시스템에는 생물 데이터 외의 정보들도 담을 수 있는데, 이를 통해 DNA 바코드의 활용범위는 무궁무진해진다. 염기서열 속에 어떤 제품의 원산지, 생산자, 수확시기, 회사명 등 정보를 넣으면 유통 산업에 널리 활용될 수 있으며, 광우병이나 조류독감에 걸린 축산물이 발생했을 때는 그 유통경로를 쉽게 파악할 수 있어 신속 정확한 대처에 나설 수 있다. 지폐에 사용하는 잉크에 삽입하여 위조 지폐 감별이나 서류의 진위 여부 판별에 활용할 수 있고, 자동차 페인트에 뿌려놓으면 뺑소니 사고 발생 시 차적 조회를 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DNA 바코드는 생물종 분류뿐만 아니라 법의학, 식품공학, 생명공학, 검역, 생태계 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이용될 수 있는 유용한 기술이다. 수입고기를 한우로 둔갑시키는 일이나 농약과 비료를 뿌리지 않고 재배했다는 유기농산물을 의심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이 채소가 중국산인지 아닌지를 눈 앞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날도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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