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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 스트라이크’라는 외래어 명칭으로 잘 알려진 ‘조류충돌’은 항공기가 이착륙 및 순항 중 조류와 부딪히는 현상으로, 실제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비행 사고 중 하나다. 거대한 비행기에 작은 새가 충돌한다고 무슨 일이 벌어지랴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조류충돌은 가벼운 해프닝으로 넘기기 힘든 심각한 사고다.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간 새가 엔진을 망가뜨리거나, 비행기 동체를 찌그러뜨리고, 조종실 유리창을 깨뜨리는 등 엄청난 대형참사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대한 생물 종의 데이터베이스, DNA 바코드.

 

 

조류충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

공항과 항공사는 이러한 조류충돌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새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 중에 고도별, 계절별, 비행시간별로 어떤 조류들이 항공기와 충돌할지를 미리 예측하면 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다는 접근법이 있는데, 이제까지는 충돌 가능성이 있는 새에 대한 조사 및 분석 데이터들이 부족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지구상의 생물종을 구별할 수 있게 해주는 DNA 바코드(DNA Barcode) 작업이 조류충돌 사고 방지를 위한 새로운 해결책으로 주목 받고 있다.

 

DNA 바코드 정보를 이용하면, 비행기 충돌 사고의 주범인 새의 종류를 정확하게 판단해 낼 수 있다. 이를 통해 조류의 이동경로를 예측하고, 비행기의 항로, 비행시간, 고도를 미리 조정하는 방법으로 조류충돌 사고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DNA 바코드란 무엇일까?


DNA 바코드 작업은 조류충돌 사고 방지를 위한 새로운 해결책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사람마다 각자의 주민번호가 있듯, 동식물에게도 유전자 신분증인 DNA 바코드가 있다

왜가리의 DNA 바코드. <출처: Biodiversity Institute of Ontario>


우리 지구상에는 약 일천만 종의 다양한 생물이 존재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발견되어 기록된 생물종은 약 190만종으로 추산되고 있으니 이름이 있는 것은 겨우 20%에 불과한 셈이다. 이름이 있다고 해도 어릴 때와 다 자란 후의 모습이 다르기도 하고 유사한 종들이 너무 많아 겉모양으로는 잘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은 현미경을 통해 관찰한다 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유연관계가 가까운 종(種)이라 할지라도 그 생물체가 가지는 유전정보인 DNA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DNA는 겉모양이나 생물 전체가 없어도 조직의 일부만 가지고도 분석이 가능하다. 이런 생물이 가지는 고유의 DNA 정보를 이용해 생물종을 빠르고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데, 이때 생물의 유전자 신분증 역할을 하는 것이 “DNA 바코드”이다.

 

 

수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DNA 바코드

기존의 바코드가 검은 선과 흰색의 여백을 이용한 2진법이라면 DNA 바코드는 아데닌(A)과 티민(T), 그리고 구아닌(G)과 사이토신(C)의 4가지 염기 요소를 사용하는 4진법으로 구성된다. 서로 다른 4개의 염기(C는 G와, T는 A와 짝을 이룸)가 연결되어 그 순서에 따라 DNA 정보가 결정되므로, DNA 바코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양으로도 엄청난 정보를 담을 수 있는 것이다.

 

생물 전체 유전자 중에서 염기 수나 배열 순서가 같은 종끼리는 거의 유사하지만 다른 종과는 뚜렷하게 차이가 나는 부위가 있다. 이 부위가 바로 종을 구별하는 열쇠이며 이 부위를 유전학적 바코드라고 부른다.

 

DNA는 세포 안의 핵에 99%로 대부분 존재하지만, 세포 소기관인미토콘드리아에도 1% 가량 존재한다. 핵 유전의 경우 부계와 모계에서 반반씩 DNA를 물려받는다. 그러나 세포질 속에 있는 미토콘드리아 DNA는 모계로만 유전이 되기 때문에 세대가 거듭되어도 종 내 보존력이 높다.


DNA 바코드는 아데닌(A)과 티민(T), 그리고 구아닌(G)과 사이토신(C)의 4가지 염기 요소를 사용하는 4진법으로 구성된다. <출처: gettyimages>

 

따라서 생물종마다 다른 미토콘드리아의 시토크롬산화효소 1 유전자(CO1, Cytochrome Oxidase 1)DNA를 DNA 바코드의 ‘표지’로 사용하는 것이다. (CO1 유전자의 염기배열은 다른 종과는 3% 이상 차이가 나지만 같은 종간에는 1% 미만의 차이를 보인다.) 한편, 식물의 경우는 엽록체에 있는 두 개의 유전자, matK(MaturaseK)와 rbcL(Rubisco large)가 주요 마커로 이용되고 있다.

 

DNA 바코드, 바코드안에 있는 각각의 색은 4개의 염기를 나타내며 유연관계가 가까운 종일 지라도 DNA의 차이를 보인다.
<출처: Consortium for the Barcode of Life>

 

 

지구 생명자원의 관리를 위한 새로운 솔루션이 될 수 있을까?

지난 2003년 캐나다의 진화생물학자인 폴 허버트(Paul Hebert)는 생물을 모양과 특성이 아닌 DNA 바코드로 구별하자고 제안하였다. 이어, 2005년에는 동물과 식물, 진균류를 포함한 지구상의 생명자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생물다양성을 목표로 ‘국제 생물DNA바코드컨소시엄(CBOL, Consortium for the Barcode of Life)’이 출범하게 되었다. 현재 전 세계 50개국 200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는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방대한 생물 데이터들이 축적되고 있으며, 이러한 생물 데이터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이게 될 것이다.

 

한편, DNA 바코드 기술의 폭넓은 응용을 위해 DNA 바코드를 사용하고 분석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나노 DNA 바코드 시스템'이 있는데, DNA 바코드가 나노(10-9) 단위의 DNA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착안해, DNA 바코드를 나노 입자에 넣어 대상에 스프레이로 뿌리는 형태로 부착하는 것이다. (이 바코드는 사람이 먹어도 인체에 무해하며 특수 제작한 나노 입자에 넣어 열이나 효소, 미생물 같은 외부 공격에도 파괴되지 않아 반영구적으로 보존이 가능하고 복제나 조작이 불가능하다.) 

 

나노 DNA 바코드 시스템에는 생물 데이터 외의 정보들도 담을 수 있는데, 이를 통해 DNA 바코드의 활용범위는 무궁무진해진다. 염기서열 속에 어떤 제품의 원산지, 생산자, 수확시기, 회사명 등 정보를 넣으면 유통 산업에 널리 활용될 수 있으며, 광우병이나 조류독감에 걸린 축산물이 발생했을 때는 그 유통경로를 쉽게 파악할 수 있어 신속 정확한 대처에 나설 수 있다. 지폐에 사용하는 잉크에 삽입하여 위조 지폐 감별이나 서류의 진위 여부 판별에 활용할 수 있고, 자동차 페인트에 뿌려놓으면 뺑소니 사고 발생 시 차적 조회를 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DNA 바코드는 생물종 분류뿐만 아니라 법의학, 식품공학, 생명공학, 검역, 생태계 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이용될 수 있는 유용한 기술이다. 수입고기를 한우로 둔갑시키는 일이나 농약과 비료를 뿌리지 않고 재배했다는 유기농산물을 의심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이 채소가 중국산인지 아닌지를 눈 앞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날도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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