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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인생에 대한 고민을 하던 20대 초반, 내 존재와 세상의 의미, 나아가야 하는 이유, 세상은 왜 존재하는지 등 너무나 많은 생각을 정리하지 못해 헤집고 다니던 도서관, 지식과 인생의 서사를 찾아 받아 적고 생각하며 갖가지 의문과 결론을 도출하던 시기에 만났던 #앙드레말로 작 '#인간의조건 '.
사실 이 책은 당시 학장님이셨던 어르신께 추천을 받아 읽었던 책이다. 두껍고 어렵고 복잡하며 다양한 면모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책으로 '인간의 조건'을 단편적으로 설명하진 않지만, 인물 간의 얽힌 #역사와서사 를 통해 인간의 조건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주제를 다루었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이해가 전부 가지 않는다.
"너도 알고 있겠지, 한 사람을 만들려면 아홉달이 필요하지만 죽이는 데는 단 하루로 족하다.'라는 말을. 우리는 그걸 서로 뼈저리게 깨달은 셈이다. 그러나 메이, 한 인간을 완성하는 데는 아홉 달이 아니라 60년의 긴 세월이 필요한 거다. 60년의 갖가지 희생과 의지와 그밖에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여러 가지가. 그런데 그 인간이 다 만들어졌을 때, 이미 유년기도 청년기도 다 지나가 버리고 정말로 그가 한 인간이 되었을 때, 그때는 이미 죽는 것밖에 남지 않는 거란다. "
"메이, 내말 잘 들어라. 죽은 사람이 아니라 산 사람들을 사랑해야 돼." - 인간의 조건 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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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넷플릭스를 보다 보니, #인간의조건 #인간실격 #인간수업 그리고 #오징어게임 에서 나오던 인간을 바라보는 시점 등 한참을 고민하던 시절에 느껴지던 절망감이 드라마를 통해 영상 연출에서 많이 보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하나하나의 인간을 소중이 여기며 그 숭고함과 인간성을 무시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듯, 사정없고 서사가 빠진 사람은 없다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듯이 각본마다 개성이 넘치고 바라보는 관찰력에 감탄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15년 전 생각을 떠올리게 만드는 드라마를 보고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어졌다.
1. 인간관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인간, 혹자는 혼자 살 수 있다고 하지만 결국 어딘가에 연결되어 있거나 누군가, 심지어 인간이 아닌 동물과 교감을 이루며 언어와 비언어를 두루 교류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군중심리에 이끌려 이렇다 할 강한 동의가 없이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 회색분자의 모습도 볼 수 있고, 살아가기 위해 잔인한 배신과 비열함을 보이기도 한다. 혹은 그 모든 걸 인내하는 희생정신을 극적으로 발휘하면서까지 관계를 중요시하고 또 흩어지기도 한다. 신뢰하는 사람에게 실망을 주지 않고 인정과 신용을 주기 위해 약속을 지키고 의무를 다하며 서로에게 양보하는 좋은 모습도 보이지만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해 상황과 때를 파악하지 않고 깨부수는 안타깝고 무지한 면모도 보인다.
각 드라마 마다 스토리나 연출, 배우와 캐릭터들이 모두 다르지만 '#W '에서 중요한 키워드였던 #기승전결 , 큰 #맥락 은 비슷할 것 같다. 관계에서 비롯되는 갈등, 그것을 고민하고 해결해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마음. 그것이 선하든 악하든 그 행동 자체를 믿고 결과를 맺어간다. 결과는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게 되었다. 나쁘든 좋든.
2. 인간에 대한 사랑
#성악설 과 #성선설 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태어날 때 모든 이들이 선하다 vs 악하다 를 논하는 주제였는데.. 이야기들을 쭉 읽다 보면 결국 '#순수함 '의 단면을 정의하고 그 근거를 토대로 주장하는 내용들이 많았다. 결국 믿음의 문제.. 다시 마음으로 돌아오는 문제였다. #DP 에서는 누구보다 선하게 살아왔지만 가장 악독하게 끝을 짓는 캐릭터가 있었다. 반대로 #인간수업 에서는 누구보다 악독하게 끝을 맺고 있지만 겉으로 보기엔 너무 순하고 착한 캐릭터도 있었다. 생명이 가진 말과 행동의 다름을 이해하고 양지와 음지의 경계를 절묘하게 넘나들면서 착한 이미지의 악한 행동들을 잘 가려둔 것이 마치, 현대사회를 보는 것과 같았다. 어떤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악했고 선했을까. 통장에 쌓인 돈을 보고는 가족 따위 더 이상 필요없는 듯 행동하는 인간이 선하게 태어났음에도 악해진 걸까. 아니라면 그 행동은 악이 아닌 것인가. 사랑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결론을 많이 보지만, 현실에서도 그것이 가능할 까. 있다면 그들은 지상에 내려온 천사일까 아니면 다시 한 사람이 가진 강한 마음의 결과일까.
여러 생각에 대한 근거를 만들어 내면서도 반론이 절로 형성되는 입체적인 스토리를 가진 드라마들이 나와서 개인적으로 좋다. 너무 #넷플릭스 를 많이 보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3. 자신에 대한 사랑
이 부분은 나도 가장 최근들어 가장 많이 생각하고 있는 주제이다. 내가 나이길 바라는 #풍조 이면서도 타인을 부정하거나 비판하고 혐오하는 것이 나를 위로하기 위한 것이라 여기는 이들도 많아진 것 같다. 몇 년 전만 해도 #혐오 라는 단어는 참 쉽게 듣지 못했는데, 이제는 하루에 몇 번씩이나 들을 수 있는 무뎌진 단어가 되었다. '하늘을 원망치 말고, 남을 탓하지 말라'는 옛말도 이제는 무색해졌다. 어디서나 남을 탓하는 시대. 본인의 의견을 피력하면서도 그 말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 건 잘못된 것 같다.
'언령'이라는 말은 주로 판타지에서 다루는 주문, 주술의 일종인데 우리가 쉽게 내뱉는 '말'은 그 자체로 의지와 힘을 가졌다는 의미이다. 현실에서도 이런 설정은 다양한 곳에서 이미 쓰이고 있다. 비교적 쉬운 예시로, '무한도전' 에서 유느님께서 노래했던 '말하는 대로' 가 있고, 최면술 중에서도 '자기암시' 라는 게 있는데 본인의 목소리를 가장 먼저 듣는 본인의 귀에 대고 지속적으로 말해주는 것이 있다. 너는 멋진 사람이고,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그걸 듣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자존감, 자신감이 상승하는 걸 볼 수 있다. 이걸 본인에게 쓰지않고 남을 향해 쓰게 되면 '탓'이 되기도 하고 '덕'이 되기도 한다.
나를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사람은 타인의 존재가 소중하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되고, 타인 또한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며 자식이고, 부모이니 함부로 하지 못하는걸 깨닫게 된다. 자기를 사랑해주고 믿어주는 게 필요하다. 역시 향방을 결정하는 건 개인의 마음의 문제로 다시금 귀결된다. 선택과 믿음의 문제로 다시 개인이 결정하고 선택하며 나아가는 다시금 행동의 문제로 되돌아 간다.
드라마의 제목과 내용들이 모두 일맥상통 하진 않지만 그게 어디 중요한가.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고 정리하고 그 시점으로 다시 이야기를 훑어보면서 느끼는 내면의 소리를 생각하며 내가 어떤사람인가를 다시 생각한다. 내가 바라보는 가치관과 주관에 대해 리프레쉬 한다.
한참 읽었었던 니체의 말중에도 비슷하게 정신에 대한 정의를 내린 유명한 내용이 있다. 인내하는 낙타, 쟁취하며 경쟁하는 사자, 그리고 창조하는 어린아이. 그 맥락을 풀어가는 방향은 다를지언정 시작하는 질문은 동일하다 생각한다.
인간은 무엇인가.
참 잘 만든 드라마들이 많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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